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30일 SK(주)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 오후 SK(주) 주가는 전일 대비 9.26% 오른 15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 강보합세를 오가던 주가는 서울고법의 판단이 알려지면서 16만77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금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022년 12월 6일 1심 재판부가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이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주식도 분할 대상에 포함되면서 ‘경영권 리스크’가 부각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의 경영권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주가에 단기 모멘텀이 붙은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7.73%를 가지고 있다. 이어 SK㈜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자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형태다. 최 회장의 지분이 흔들리면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2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재산분할액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을 지키고 빼앗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노 관장은 지난 2019년 12월 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그러나 1심은 SK㈜ 주식에 대해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양측은 1심 판결에 항소했고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2조원으로 늘렸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에 전달된 선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43억원이 1992년 SK그룹 증권사 인수, 1994년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과 SK㈜ 주식매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또 36년에 이르는 혼인 기간 그룹 성장에 기여했고 최 회장이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총수가 되기까지 ‘전 대통령 사위’라는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태우 비자금’이 그룹에 유입되지 않았고, 최 회장의 그룹 주식 취득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상속 재산이라고 맞섰다. 또 소위 ‘6공 특혜’에 대한 시비 때문에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하는 등 특혜가 아닌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됐고 노 관장도 경영에 기여했다며 SK㈜ 주식도 분할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