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다가구주택. 5층 높이로, 2층은 법인 등기부상 ‘M 코인(실제 코인 이름 대신 가칭 ‘M 코인’으로 표기)’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의 개발사 주소지로 돼 있다. 그러나 건물 외부엔 법인 사무실임을 알 수 있는 간판 하나 없었고, 우편함에도 법인명 대신 ‘2층’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평일 낮이었지만 근처에 머문 약 3시간 동안 이곳을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
최근 가상 자산 업계에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M 코인이 미신고 가상 자산 사업자(코인 거래소)를 통해 버젓이 거래되고 있어 논란이다. 올해 초 금융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이 여러 차례 신고됐지만 사실상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코인 불법 거래, 시세조종 의혹
4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공지한 가상 자산 사업자 명단에 M 코인 거래 앱은 포함돼 있지 않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미신고 가상 자산 사업자가 불법 영업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또 향후 일정 기간 국내 가상 자산 사업자로 신고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앱에서 M 코인은 이날 기준 1코인당 약 6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M 코인 전용 거래 앱으로 출시된 이 앱에선 현재까지 3만3870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M 코인 매수자와 매도자가 희망 매매 가격을 제시하고 등록된 은행 계좌를 통해 입출금이 이뤄지면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이때 판매자에겐 판매 금액의 0.5%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부과된다. 금융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채 가상 자산 거래를 중개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규정하는 가상 자산 사업자는 △가상 자산을 매도·매수 △가상 자산을 다른 가상 자산과 교환 △가상 자산을 이전 △가상 자산을 보관·관리 △가상 자산 거래를 중개 또는 알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미신고 가상 자산 사업자는 특금법상 신고 요건인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가 적절하게 갖춰지지 않아 개인 정보 유출 및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자금 세탁 방지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 자금 세탁 경로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
특히 이 거래 앱과 관련해서는 업계에서 꾸준히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높은 가격 수준으로 매수 호가가 제시된 게시물이 넘쳐나 시세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편 M 코인 발행사는 최근 “한 대기업 쇼핑몰과 협업하게 됐다”고 홍보했지만, 해당 쇼핑몰이 이를 공식 부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일엔 일부 M 코인 투자자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M 코인이 지갑에서 송금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M 코인은 지난해 말 개당 30만원 선에 거래됐고, 올해 4월 90만원을 돌파한 후 현재 6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발행사 측에 따르면, M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 규모는 약 1만명 수준이다.
◇금융 당국 “수사기관이 나서야” 뒷짐
문제는 금융 당국이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M 코인 거래 앱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수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했다. 하지만 “미신고 사업자, 사기 의혹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고 있지만 수사의 영역이라 금융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체가 불명확한 코인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 개별 코인에 대응하기 어려운 데다 특금법 위반은 형사 사건이라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과거 미신고 가상 자산 사업자들을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금융 소비자들의 미신고 사업자 이용을 막으려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금융 당국이 제한된 인력 탓인지 개별 코인의 부적절 거래 행태에 대해서 언제부턴가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며 “미신고 사업자를 통해 거래되거나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 코인에 투자할 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