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원 이미지. /캡스톤파트너스

기업들이 로봇을 도입한 경우 고용이 줄었지만, 인공지능(AI)을 도입할 경우엔 오히려 새로운 고용이 창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를 적용한 자동화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체해 버린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2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경제분석’에 성낙일 서울시립대 교수와 정소라 서울시립대 박사과정생이 게재한 논문 ‘우리나라 기업의 자동화 기술 도입이 고용량과 임금에 미친 영향에 관한 실질 분석’에서 이런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는 통계청의 2017~2021년 기업활동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로봇을 도입한 기업의 총 종사자수 변화율은 로봇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약 2% 낮게 나타났다. 종사자 300명 이상인 대기업으로 대상을 좁히면,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이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고용량 변화율이 4.2% 낮아지며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AI를 도입한 기업은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했을 때 AI를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대기업에 비해 고용량 변화율이 1.6% 늘며 종사자가 오히려 늘어났다.

이런 결과는 로봇이 주로 생산 공정에 활용되는 데 반해 AI는 제품·서비스 개발 위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고용 창출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산 공정에선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지만, AI는 인간을 보조하거나 보완하기 때문에 제품·서비스 개발을 도와줘서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로봇을 많이 도입한 상위 5개 산업은 기계·장비 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금속가공제품 제조업 등으로 모두 제조업에 속한 반면, AI를 많이 도입한 상위 5개 산업은 의료·정밀·과학기기·시계 제조업을 제외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금융업 등 모두 서비스업에 속했다.

연구자들은 “로봇의 노동 대체 효과는 확인됐지만, AI의 노동 대체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는 없었다”며 “AI가 로봇과 결합돼도 노동 대체 효과는 생산 공정을 중심으로 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AI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