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 5월 3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그는 “1년 전 예식장을 잡을 때부터 올해 5월 예약이 꽉 차 있는 곳이 많아 놀랐었다”며 “결혼식 2주 전에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등 주변에 5월에 결혼한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22% 가까이 늘어나면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 시기에 미뤘던 결혼이 차츰 늘어나는 데다 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부에 대한 신생아 주택 특별공급이나 결혼 장려금 같은 정부·지자체의 정책 지원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혼인뿐 아니라 출생아 수도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1년 전보다 늘었다. 전문가들은 “혼인과 출생에서 반등 조짐이 나타난 지금이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이진영

◇세종 제외한 16개 시도서 ‘신혼’ 늘어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혼인 건수는 2만923건으로 1년 전(1만7211건)보다 21.6% 늘었다. 5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 4월(24.6%)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혼인이 20% 넘게 증가한 것이다. 혼인 건수가 두 달 연속 20%대 증가율을 보인 것은 198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혼인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늘었다. 대전의 혼인 증가율이 52.7%로 가장 높았고, 전북(42.9%)과 충북(30.4%)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혼인이 늘지 않은 곳은 세종(-0.6%)이 유일했다. 서울의 혼인 건수는 4123건으로 1년 전보다 26.4% 늘었는데, 4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올해 초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혼인이 4월부터 증가한 것은 정부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낸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국적으로 혼인이 늘었다는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주효했다는 방증”이라며 “대표적으로 공공분양에서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신생아 주택자금 특례대출도 마련한 게 집값 부담이 큰 청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고 했다.

여기에 지자체들의 파격적인 결혼 지원책도 주효했다는 것이 통계청 분석이다. 5월 혼인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대전시는 올해 1월 이후 결혼한 만 19~39세 초혼 부부에게 500만원(1인당 25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출생아 수도 반등 조짐... ”신혼부터 지원해야”

1년 반 동안 감소세를 이어가던 출생아 수도 반등하는 분위기다. 5월 출생아 수는 1만9547명으로 1년 전보다 2.7% 늘어났다. 출생아 수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4월(2.8%)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출생아 수가 두 달 연속 늘어난 것은 2015년 10~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13.4%), 대구(12.9%), 인천(9.1%), 충남(7.4%), 전북(6%), 서울(5.8%) 등 11개 시도에서 출생아 수가 늘었다.

다만 출생아 수 자체는 여전히 2만명을 밑도는 상황이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엔데믹(풍토병화) 직후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향후 2~3년간은 출생아 수가 증가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인 것은 변함없다”고 했다.

결국 혼인과 출생이 늘어나는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석철 교수는 “신생아 특별공급 외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도 주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는 전세 보증금의 80%까지만 지원을 해주는데, 갓 결혼한 청년들로선 나머지 20%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지원 비율을 90~95%까지는 늘려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