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도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올 연말까지 8·10·11월 등 세 차례 기준 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활 상황은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논의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나 불안한 원화 환율은 금리 인하 결정의 변수로 꼽힌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 피벗(금리를 낮추는 정책 전환) 위험은 상당 폭 낮아졌지만,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에 따른 금융 안정 측면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기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점이 전제돼야 한다”며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 머무르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고, 금리 인하가 구조 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가계 대출 증가 속도는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에 점차 빨라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7조1660억원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로, 2021년 9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7조5975억원 늘며 역대급 증가폭을 보이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금리 인하로 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현재 역대 최대인 기준금리 격차(2.0%포인트)를 더 키울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당 1360원대로 안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1100원대보다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린 후 한은이 10월에 한 차례 금리를 낮추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10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본다”며 “금융 안정을 고려할 때 8월에 당장 인하하거나 11월까지 추가로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월 한 차례 금리 인하로 전망한다”며 “미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8~9월 한국의 수출 경기가 고점을 찍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내리는 데 부담이 있다”고 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경기는 한 번 사이클이 형성되면 억제하기 힘든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꿈틀대고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 한은이 쉽게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