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기를 2039년에서 2041년으로 2년 늦췄다. 인구가 줄면 가구도 감소하기 마련이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구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미뤄진 것이다. 28년 뒤인 2052년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4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행태나 산업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2037년부터 10가구 중 4가구는 ‘독신’
12일 통계청은 ‘2022~2052년 장래 가구 추계 전국편’을 발표하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은 지난 2022년까지 5년 주기로 장래 가구 추계를 발표해왔으나, 올해부터 시의성을 높이고자 조사 주기를 2~3년으로 줄였다.
이번 추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가구수는 2218만가구에서 2041년 2437만2000가구까지 늘어나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통계청이 2년 전 발표한 ‘2020~2050년 장래 가구 추계’에서 전망한 가구수 정점은 2039년(2387만가구)이다. 이미 인구수는 2020년(5182만9000명) 최대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저출생 현상으로 인해 감소 속도도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구수 증가세는 당초 예상보다 길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부부와 자녀 둘이 함께 사는 4인 가구에서 홀로 사는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진 영향이다. 2년 전 추계 당시 통계청은 2022년 기준 1인 가구수를 717만8000가구로 예상했지만, 이번 추계에서 공개된 2022년 1인 가구수는 736만9000가구로 20만명 더 많았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 추계에는 2050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40%를 밑도는 39.6%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추계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2037년 40.1%로 40%를 넘고 2050년에는 41.2%, 2052년에 41.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7년부터는 10가구 중 4가구는 홀로 사는 가구가 될 것이란 뜻이다. 평균 가구원 수도 2022년 2.26명에서 2052년 1.81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25년 뒤엔 1인 가구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 증가세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견인하고 있다. 이번 추계에 따르면, 고령화와 기대 수명 연장에 힘입어 65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는 2022년 192만3000가구에서 2052년 496만1000가구가 돼 30년 만에 2.58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족과 따로 사는 고령층이 계속 늘어나는 데다, 코로나 때 요양병원 등 집단 시설에서 빠져나왔던 고령층이 1인 가구로 그대로 정착하면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비율은 2022년 기준 26%에서 2027년(30.6%), 2037년(40.1%)으로 각각 30%, 40%를 넘어선 뒤 2049년(50.2%)에는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통계청은 여성이 가구주인 경우에는 ‘미혼’인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미혼은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경우를 뜻하기 때문에, 독립해서 결혼 대신 홀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전체 여성 가구주 가운데 미혼인 1인 가구 여성 비율은 2022년 26%였다가 2043년(30.1%)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서고, 2052년에는 이 비율이 3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회구조가 1인 가구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됨에 따라 소비 행태나 산업구조도 격동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1인 가구의 소비는 생필품이나 가구·가전 등 내구재 등에 몰리는 경향이 있고, 가사 부담을 공유할 사람이 없으니 서비스업 의존도도 크다”며 “특히 고령층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시간제 일자리와 의료 서비스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