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마련된 대우전자 부스. /연합뉴스

삼성, LG와 함께 ‘가전 3사’로 불렸으나 외환 위기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우전자가 최근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에 등장했다.

23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우전자 근황’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6일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대우전자가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부채꼴 로고와 영문명 ‘DAEWOO’ 이름은 그대로지만, 대우전자는 튀르키예 그룹으로 소개됐다.

튀르키예의 유명 가전 업체 기업인 베스텔은 2021년 5월 대우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가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10년간 ‘대우’ 상표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베스텔은 이듬해부터 IFA에 대우 로고를 붙인 가전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베스텔은 IFA 2024에 대형 부스를 꾸리고, 한쪽에는 대우전자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TV, 냉장고, 진공청소기 등의 제품이 소개됐다.

튀르키예 업체가 대우 브랜드를 가져간 건 중남미‧중동‧동남아 등에서는 여전히 ‘한국 가전 명가’로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우전자를 인수한 위니아가 2020년 대우 상표권을 포기한 게 패착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우 상표권으로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대우’ 이름은 해외 업체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조 대우전자’의 미래는 밝지 않다. 대우전자를 인수한 두 회사가 연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다.

1974년 세워진 대우전자는 한때 삼성전자, 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3대 가전 회사로 불렸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다 2013년 동부그룹에 매각됐다.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변경하고 재기하는 듯했지만, 2015년 동부그룹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서 또다시 매물로 나왔다. 2018년 대유그룹에 인수됐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이 넘는 탄탄한 중견 회사였다.

2020년 상표권 계약 만료로 대우 이름을 떼고 ‘위니아전자’가 된 회사는 코로나 시기 해외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결국 작년 말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