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었다.
이 총재는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위권 대학에서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다른 지역 지원자들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등 부자 동네는 사교육 강사와 대학 입학 코치가 몰려 있어 부모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경쟁이 집값과 대출을 끌어올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지방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세계 지도자들이 한국 교육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지만, 그 실상을 알지 못한다”며 “서울의 부자들은 6세 아이를 대학 입시학원에 보낸다. 여성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수도권에 있는 소수의 유명 고교와 대학,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 치열한 경쟁은 경제를 해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며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하는 등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수도권, 특히 강남 집중에 따른 집값 왜곡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각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또 현재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45%로 선진국 기준으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비율은 92%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2분기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출생 등) 인구 통계학적인 상황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했다. 제조업 등 주요 산업 집단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성장 모델에 기력 고갈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총재는 “우리는 과거 성공했던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이제 우리가 타던 말이 지쳐서 새로운 말로 갈아타야 한다고 느끼는데, 사람들은 ‘이 말이 그렇게 빠르고 잘 달렸는데 왜 바꿔야 하나’라고 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