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앱인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 택시들의 영업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하게 ‘콜(호출)’을 차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택시 플랫폼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2월에도 자사 택시에 콜을 몰아준 혐의로 271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2년간 1000억원 가까운 과징금 제재를 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 및 시정 명령을 부과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우티·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4개 경쟁 업체에 가맹 택시 현황, 가입·탈퇴 내역, 주행 위치 정보 등 핵심적인 내부 정보를 요구한 뒤, 이를 거절한 업체 소속 가맹 택시들의 콜을 차단하는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는 택시 콜 시장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들을 고사(枯死)시키려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카카오가 콜을 차단한 택시 기사들이 무더기로 소속 가맹사에서 탈퇴했고, 카카오의 점유율은 급속도로 올라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목표하에, 불법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다른 회사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T의 콜을 받은 뒤 자사 콜이 발생하면 카카오T 콜을 취소하는 사실상 골라잡기 행위가 발생함에 따라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회사들과 정보 공유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하경

택시 호출 시장은 ‘가맹 콜’과 ‘일반 콜’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가맹 콜은 자사 소속 택시에만 제공하는 호출 서비스다. 반면 일반 호출은 회사 소속과 관계없이 모든 택시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는 핵심 영업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쟁사 택시에 대해서는 ‘일반 콜’을 차단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5월쯤 우티·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 업체들에 ‘가맹 택시의 운행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라. 그러지 않으면 카카오T의 일반 콜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영업 정보 제공 안 하면 ‘카카오 콜’ 안 줘”

카카오측이 핵심 영업 정보를 요구한 명분은 “손해가 크다”는 것이었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타사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T 일반 콜을 받고 고객을 태울 경우, 고객이 해당 차량을 카카오 가맹 택시로 오인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타사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T 일반 콜을 승인했다가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내부 영업 정보를 달라는 건 경쟁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실제 우티와 타다 등이 영업 정보 제공을 거절하자, 카카오 측은 이들 가맹 택시 기사 1만2000여 명에 대해 일반 콜 배정을 차단했다. 그러자 이렇게 차단당한 택시들이 타다 등과의 가맹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택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카오 일반 콜’을 받지 못하게 돼 생계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카카오 측의 점유율은 크게 늘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맹 콜(중형 택시) 시장에서 카카오 측의 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2년 만에 28%포인트나 올랐다. 이미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일반 콜 시장에 이어, 가맹 콜 시장도 카카오 측이 ‘접수’한 것이다. 타다는 카카오 측의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후 결국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자료에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서 콜 차단”

카카오 측이 이런 ‘가맹 시장 장악’을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해 왔고, 그 불법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공정위가 확보한 카카오 측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 직원은 2020년 무렵 내부적으로 주고받은 메일에 “우리가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서 (타사 가맹 택시에) 호출을 주지 않을 방법이 있을지 봐주세요”라고 썼다. 또 같은 해 법무팀 직원은 ‘타 가맹 본부 소속 기사로 하여금 가맹에서 이탈하게 하는 경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 자료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경쟁사에 택시 관련 정보를 요구한 건 ‘콜 간섭’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타사 소속 가맹 택시들이 카카오 일반 콜을 받은 뒤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속사 ‘가맹 콜’이 오면 카카오의 일반 콜을 취소한다. 가맹 계약상 가맹 콜을 우선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 입장에선 영문도 모르고 택시 콜이 취소된 셈인데, 이런 경우가 많아져 개선이 필요했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가맹 차량 정보를 알아야, 이런 콜 간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를 축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카카오 측이 위법행위를 벌인 2021~2024년 3년간의 관련 매출액(약 1조4000억원)에 과징금 비율(5%)을 곱해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최근 가맹 콜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매출액이 증가해 과징금도 커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실적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작년 매출은 6018억원, 영업이익은 387억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공정위와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거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작년 2월엔 일반 콜을 가맹 택시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非)가맹 택시를 차별했다는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최근엔 가맹 택시가 카카오 외의 다른 앱을 통해 받은 호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당하게 징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