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상점에서 일하거나 보험 등 금융상품을 파는 등의 판매직 일자리의 감소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에서 고용 감소 폭이 가장 커 청년 고용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 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2만8000명)보다 11만명 줄었다. 월 평균 판매직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10만명 넘게 줄어들어 코로나 사태에 버금가는 고용 한파가 불고 있는 것이다. 판매 종사자란 각 기업이나 상점 등에서 판매 업무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도소매점 매장 직원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보험 판매원이나 제조사의 판매 담당 임직원도 포함한 개념이다.
◇판매직 감소 폭, 코로나 사태 수준으로
이 같은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1~10월 누계 기준으로 셋째로 크다. 코로나 사태가 터져 상당수 상점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던 2021년(-13만2000명)과 2020년(-12만7000명)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월 평균 판매 종사자 수는 2014년 315만명을 기록한 이후 온라인 상거래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키오스크 확대 등의 여파로 대체적으로 감소해 왔다. 그러나 감소 폭은 매년 10만명 미만이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2020~2021년 2년 연속으로 10만명 넘게 줄었지만, 그 충격이 잦아들면서 2022년(-9만4000명)과 2023년(-5만5000명)엔 감소 속도가 둔화했다. 하지만 최근 내수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판매직 숫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판매직 감소 폭(11만명)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15~29세) 청년층에서 가장 많은 5만1000명이 줄어들었다. 50대(-3만1000명)에서 둘째로 많이 줄었고, 그다음 30대(-3만600명)와 40대(-6400명) 순이었다. 60세 이상 판매직은 반대로 9000명 증가했다.
감소율 기준으로도 청년층이 13.5%로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청년층 인구 감소율(2.8%)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20대 판매직 신규 채용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청년층 일자리가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령층은 노인 인구 증가와 정부의 각종 고용 지원책 등 여파로 소폭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소매판매지수 7개월 연속 감소 중
이렇게 판매직의 고용 한파가 심화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 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는 지난 3월부터 최근 통계인 9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9월 감소 폭(-2.6%)이 전달(-1%)보다 더 늘어나는 등 내수 부진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는 중이다.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는 작년 4월부터 무려 18개월 연속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내수 침체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민간 소비 증가세가 계속 저조하고, 건설 투자는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목표치도 미달할 듯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고용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판매직뿐만 아니라 고용 전반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3만명이었다. 하지만 10월까지 실제 월 평균 증가 폭은 18만4000명에 그쳤다. KDI는 12일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건설업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당초 20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내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