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인·평택 등 반도체 산업단지의 송전선로 설치 비용을 최대 1조원 가까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장비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최대 35%까지 높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반도체 기업들에 저금리 대출 등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추진 방안’에 더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추가적인 조치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앞줄 왼쪽 넷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전력·용수 협약식에서 김완섭(앞줄 왼쪽 둘째) 환경부 장관, 박상우(앞줄 오른쪽 둘째)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앞줄 오른쪽 넷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섭(앞줄 왼쪽 셋째) SK 하이닉스 사장, 남석우(앞줄 오른쪽 셋째) 삼성전자 사장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R&D 장비도 최대 35% 세액공제

우선 정부는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송전 인프라에 총 3조원 정도가 드는데, 그중 약 60%(1조8000억원)를 차지하는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 작업의 비용을 일부 분담하기로 한 것이다. 지중화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을 땅에 묻는 작업이다. 정부 지원액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소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가까이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반도체 기업 세제 혜택도 확대가 추진된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조세특례법상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투자 세액공제를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국회와 논의해 이 공제율을 각각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상 폭은 아직 미정이지만, 국회에선 현행 대비 각각 5%포인트씩 높은 20~30%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국가 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 대상에 R&D 장비 등 시설 투자를 추가할 방침이다. 현재 R&D 장비 등 연구개발 시설은 일반 투자 세액공제율(대기업 최대 11%·중소기업 20%)가 적용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국가 전략기술 공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공제율이 올라간다.

그래픽=백형선

◇내년 반도체 정책금융 14조원

반도체 기업들을 위한 정책금융도 내년 한 해에만 14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산업은행이 시중 최저 수준 금리로 4조2500억원을 대출해주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도 보증료 감면과 보증 비율 상향 등의 방식으로 금융 지원에 나선다. 정부가 주도해 3000억원 규모로 만든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내년 1200억원을 추가 공급해 42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올해 안에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상생 펀드’ 투자도 추진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송전·용수 등 인프라 지원책도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한국전력공사·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개최하고 전력·용수 공급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호남과 동해안에서 대규모 전력을 수송하는 공용망 송전선로는 한전이 100% 비용을 대기로 했다. 용수의 경우 수자원공사가 총 사업비의 67%인 1조48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

다만 이런 반도체 지원책이 실현되기 위해선 예산안과 관련 세법이 통과돼야 하는 만큼, 국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니만큼, 국회와 긴밀히 소통해 지원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