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리플(XRP)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각 기준 이날 오후 5시 30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15% 내린 9만5323달러(1억3407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3% 내린 3613달러, 솔라나는 5.94% 하락한 223달러에 거래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띄우는 도지코인도 4.95% 내린 0.42달러를 나타내는 등 주요 가상화폐는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시각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27.1% 폭등한 2.73달러에 거래됐다. 약 한 달 만에 375% 급등한 수치다. 시가총액도 1544억 달러(217조3180억원)로 불어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시총 순위 3위에 올랐다.
리플의 급등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날 “리플의 거래량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며 특히 “한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24시간 동안 거래 대금이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거래량의 27%가 넘는 수치”라고 했다.
매체는 리플의 거래대금 급증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에 동의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마켓 분석 업체 10x리서치의 설립자 마르쿠스 틸렌은 “당초 2021년으로 예정됐던 과세는 여러 차례 연기됐다”며 “이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공격적인 투자 분위기에 청신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리플의 상승세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됐다. 리플 발행업체 리플랩스는 코인베이스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한 후원자 중 하나다. 리플랩스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트럼프 2기 백악관에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화폐 전담팀’에 합류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리플랩스가 출시를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 코인 RLUSD가 미 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미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가 리플 상장지수펀드(ETF) 등록을 신청하면서 리플 현물 ETF 출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장기적인 법적 분쟁이 완화될 가능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플랩스는 현재 개리 겐슬러 회장이 이끄는 SEC로부터 소송당해 수년간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겐슬러 위원장이 내년 1월 사임하기로 하면서 소송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