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정부 개입에 의한 기업 활동 왜곡 지수 36위, 무역·투자 등에 대한 진입 장벽 36위, 자격·허가 절차 등 행정 규제 28위. 지난 7월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규제 환경 순위다. 그만큼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규제를 많이 한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국의 규제가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되면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한국보다 규제가 더 강한 저개발국의 2.2%포인트 추가 성장 효과보다는 낮지만, 규제 혁신만으로도 한국의 장기 성장률 하락 추세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정부가 명확한 규칙을 일관되게 집행하면, 경제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활동 주체들을 보호해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가 규제를 개선할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보다 훨씬 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자본 축적, 인플레이션율 통제, 무역 확대 등이 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한국이 성장률을 높이려면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규제와 기술 등의 획기적인 혁신 없이는 10년 안에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난 2019년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내려 잡으면서 KDI의 이 같은 경고는 좀 더 일찍 현실화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그간 실질적인 규제 개혁보다는 규제 영향력 평가, 규제개혁위원회 운영 등 보여주기 식에 몰두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겉핥기식 규제 혁신은 경제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