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주가와 환율이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 떨어진 2441.85, 코스닥은 0.92% 내린 670.94로 마감했다. 전날 다우평균과 나스닥 지수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호재도 국내 증시엔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3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날(4071억원)에 이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뺐다.

그래픽=박상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오른 1415.1원에 마감(오후 3시 30분 기준)했다. 전날(7.2원)에 이어 오름세를 유지(원화 가치는 하락)한 것이다. 외환 당국은 시장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국내에선 정치 상황을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는데, 해외에선 정말 쇼크(충격)가 온 것이라 제 전화기, 이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고 했다. 그는 환율 전망에 대해 “(계엄 사태는) 당연히 부정적인 뉴스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약간 오른 상태지만, 이후 새로운 충격이 없다면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한국 정부 대응을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시급한 사안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어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 등급 ‘AA’ 수준의 주권국가로서는 매우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투자 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