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2주일 가까이 됐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6일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435원에 마감(오후3시30분 기준)했다. 전거래일(1433원)보다 2원, 비상계엄 전(1402.9원)보다 30원 넘게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비상계엄 전과 비교했을 때 미 달러화에 대한 글로벌 주요 통화의 가치는 0.4%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2.3% 떨어졌다. 계엄 사태 여파로 다른 통화에 비해 한국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더 하락한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좋은 소식’이 있어야 하는데, 탄핵소추안 의결은 단지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요소일 뿐”이라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정부 경제팀은 여전히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고 했다.
코스피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16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0.2% 낮은 2488.97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2500선을 넘기도 했으나, 결국 계엄 이전인 3일 지수(2500.10)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은 4770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9거래일 동안 기관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2800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세에는 역부족이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대통령 탄핵 관련 시기와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거시 경제의 위축과 대미 무역 협상력 약화 등으로 당분간 한국 주식시장은 일시적 반등을 넘어서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금은 조금 완화됐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며 “한은과 금융당국, 경제부처가 모두 합심해서 대외신인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지켜나가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