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상가에 폐업한 식당 내부가 텅 비어있다. /뉴스1

비상계엄 파문에서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최근 정치 상황으로 일평균 카드 사용액이 3% 주는 등 내수 침체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이미 수출 증가세는 4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어 수출, 내수의 동반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2004년 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는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선방해 경제 비상 상황까지 가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수 부진 장기화에 관세 장벽 강화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51.4원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1402.9원) 대비 48.5원 올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1160원대였던 환율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1200원대로 뛰어오르긴 했지만 금세 1100원대로 내려갔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전후로 환율이 1180원대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점차 안정을 찾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노무현 탄핵 정국 땐 중국 경기 호황, 박근혜 탄핵 정국 땐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버텨줬는데, 지금은 기댈 데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반도체 수출이 버텨준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부진해지고 있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리스크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년 예산을 줄여놔 정부 재량도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내수는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정국 혼란에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연말 회식을 취소하는 등 외부 활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엄 선포·해제 직후인 4일부터 열흘간 신용카드 하루 평균 사용액은 2조5102억원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지난 18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런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2.1%에 머무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한은은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 둔화 등을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2%로 4개월 전(2.4%)보다 0.2%포인트 낮췄었다. 내년 성장률도 1.9%로 0.3%포인트 낮췄다. 수출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쳐, 8월(10.9%)부터 넉 달 연속 둔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