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과 다르게 취임 첫날 즉각적인 보편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도 당분간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관세 인상과 무역구조 개선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만큼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무역 관세로부터 대량의 수입”을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든 국가에 즉각적으로 보편관세를 부과하기 보다는 먼저 연방 기관들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 관계를 평가·조사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 세계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놨는데, 보다 신중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연방 기관들은 이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첫 대통령 임기 중에 서명한 미·중 무역협정,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을 외국 정부가 준수했는지 집중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관세 부과에 대한 명분을 만드는 한편, 즉각 관세를 부과에 따른 미국의 물가상승 우려도 염두에 둔 대응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불공정 무역 현황을 조사한 뒤 국가안보무역법(301조), 무역확대법(232조) 등을 적용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1기(2017~2021년) 때 이 법들을 활용해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37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단 보류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한국은 대미 수출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3%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액에서의 비중도 18.3%에 달할 정도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국내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왔다. 이 경우 연간 GDP는 최대 0.67% 감소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이 잠시 보류된 것일뿐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보편 관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켈리 앤 쇼 전 백악관 무역 고문은 “보편관세는 트럼프의 핵심 경제 공약이었고, 그는 이 정책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며 “임기 초반에 결국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도 “(취임식 때) 보편관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비는 계속 해야 한다”며 “취임 첫날에는 이민 정책과 에너지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관세 얘기가 조만간 등장할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