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각각 유지했다. 작년 12·3 비상 계엄 파문으로 촉발된 정치 혼란으로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평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피치는 당초 등급을 유지했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비상 계엄 파문 이후 신용등급을 발표한 기관은 피치가 처음이다.

6일 피치는 줄탄핵으로 이어진 정치 불안에도 종전 신용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계엄과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지난 2012년 9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뒤 10년 넘게 같은 등급을 매기고 있다. AA-는 AAA, AA+, AA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과 등급이 같은 국가는 영국, 체코,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이로써 한국은 피치 기준 14년째 같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피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었다. 이후 2012년 9월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각각 현재 수준으로 높였다.

다만 피치는 이날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지난달 초 정부 전망(1.8%)보다 0.1%포인트 낮은 1.7%를 제시했다. 한국은행(1.9%)과 한국개발연구원(2%), 국제통화기금(2%) 등 국내외 주요 기관 공식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11월 새해 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던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