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잇따라 경신했다. 의정 갈등 등 악재가 예상됐지만, 수주 실적과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곧 실적을 공시하는 셀트리온은 창사 이래 연 매출 3조원을 처음으로 돌파, 지난해 매출 3조50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와 램시마SC, 유플라이마, 항암제인 베그젤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글로벌 처방이 큰 폭으로 성장한 영향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전통 제약사 중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의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따른 기술료 수입이 주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4조5473억원, 영업이익 1조320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넘긴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1조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잇따라 3건 체결하며, 연 수주 금액 5조원을 돌파했다. 보령 역시 지난해 고혈압 신약 카나브 등의 성장으로 매출 1조171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실적이 갈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의약품 대미 수출액은 15억364만달러(약 2조2000억원)다. 한국투자증권 위해주 연구원은 “관세 부담이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