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행정명령에 사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 ‘관세 폭탄’ 드라이브의 부작용이 미국 국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전 물량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다. 멕시코 생산 비율이 높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내수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先物) 가격은 톤당 1만3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런던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톤당 800달러가량 비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른바 ‘트럼프 관세 프리미엄’이 붙어 미국 내 가격이 통상적인 글로벌 시장 가격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관세가 붙기 전에 웃돈(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원자재를 더 사재기해 두려는 수요가 가격에 반영됐다.

미국이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알루미늄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의 알루미늄 가격은 런던보다 파운드당 30센트 비싸다고 FT는 보도했다. JP모건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미국과 런던의 가격 차이가 파운드당 40센트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루미늄은 각종 캔 등 포장재부터 자동차 부품, 이차전지 소재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필수재다.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면, 미국 내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월가에선 트럼프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월가의 분석가들이 빠르고 격렬한 트럼프 2기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성장에 대한 위험은 전면에 있는 반면, 보상은 빨라도 내년까지 가시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일각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국 빅3 업체들은 멕시코 판매 비율이 일본과 한국 등 타 업체보다 높아, 내달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이 클 전망이다.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판매에서 멕시코산 제품 비율이 25% 안팎으로, 도요타(10%) 등보다 높은 편이다. 이미 스텔란티스는 미국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판매량이 재작년 대비 12% 안팎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