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정부는 내수가 부진하다는 여타 기관들의 판단에도 고집스럽게 ‘완만한 내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2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결국 내수 부진 우려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14일 기획재정부는 ‘2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을 발표하고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 중심으로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매달 그린북을 발표하면서 종합 평가를 내놓는다. 여기엔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이 담긴다.

정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내수에 대한 언급 없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 증가’만 담았으나, 이달에는 ‘내수 회복 지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다수 기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던 것에 비하면 반년가량 늦은 셈이다.

앞서 지난해 5월 발표한 그린북에서 기재부는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그에 힘입어 소비 등 내수도 살아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설업 경기 침체와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지난해 9월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기대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고수했다. 지난해 11월까지도 ‘완만한 내수 회복세’라며 내수 부진은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라는 식의 입장을 내놨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에야 내수 회복세라는 표현을 뺐지만, 내수 부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후 지난달에도 대내외 불확실성만 강조하더니, 이달 들어서야 내수 부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나온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을 통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여 분야별 민생·경제 개선 조치를 신속히 마련·추진하고,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 지원,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