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고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는 등 각종 탈세 행위를 벌인 156명이 국세청 조사 선상에 올랐다.
17일 국세청은 고액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변칙적·지능적인 탈루 행위를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15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편법적으로 증여를 받거나 신고를 누락한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35명이었고, 부모 등 특수 관계자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해 세금을 탈루한 경우가 29명이었다.
예컨대 A씨는 본인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 원에 사들였다. 과세 당국이 확인해보니 A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전 A씨 부친이 고액 배당금을 수령했고, 보유 중이던 상가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가 부친으로부터 부동산 구입 자금을 증여받았다는 신고 내역은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취득 자금 출처를 자금 원천별로 정밀 검증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2주택자가 친척 등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하는 등 ‘가장매매’를 이용한 37명도 국세청 조사 선상에 올랐다. 이 중엔 폐업 상태인 부실 법인에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양도하고, 법인이 단기간에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로 재양도하는 수법으로 세금 부담을 법인에 떠넘기고 양도세 납부를 회피한 경우도 있었다.
다운계약 거래로 양도소득을 축소 신고한 37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례로 양도인 B씨는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에 당첨되고선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자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수십억원에 분양권을 양도했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축소하고자 양수인 C씨와 공모해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것으로 거래 금액을 낮춰 다운계약하고 차액은 별도 지급했다.
국세청은 지분 쪼개기식 기획부동산 혐의를 받는 18명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주택 정비 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 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지역의 도로 등을 사들인 후 지분을 쪼개 비싸게 팔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발 호재 등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정보 수집과 다양한 과세 인프라 활용을 통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신고가 적정히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