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혀 있다 발굴된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트럭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30억원을 들여 올해 안에 활주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콘크리트 둔덕 등으로 돼있는 전국 7개 공항에 대해 로컬라이저를 지하 구조물화하거나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개선하기로 했다. 조류 탐지 레이더를 전국 15개 공항에 전부 도입하는 사업에도 840억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19일 정부는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예산 투입 계획을 밝혔다. 앞서 무안공항 참사 당시 활주로에 기체 착륙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로컬라이저와 부딪히며 폭발했다. 로컬라이저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진입할 때 방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 장비로, 활주로 끝에 설치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비행기가 부딪힐 경우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콘크리트나 철근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고, 무안공항이 이에 해당했다.

정부는 지난달 실태조사를 거쳐 7개 공항에서 로컬라이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올해 안에 지하화하거나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둔덕으로 된 무안·광주·여수·포항경주공항, 콘크리트가 노출돼있던 김해·사천공항, H빔형 철골 구조인 제주공항이 대상이다. 정부는 여기에 예산 23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또한 무안항공 여객기 참사 1차 원인으로 꼽히는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15개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를 순차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도입 계획을 밝혔고, 이날 2027년까지 840억원을 투입한다는 집행 계획을 내놨다. 현재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를 도입한 곳은 하나도 없다. 정부는 4월까지 우선 설치 대상 공항을 확정한 후, 올해 시범 도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항 내 종단안전구역 240m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방위각 시설물 개선이 어려운 포항경주와 사천, 울산, 제주 등 공항에는 125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EMAS(활주로 종단 이탈 방지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무안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EMAS가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수용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