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내렸다. 환율과 물가는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2년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2%대였던 것은 2022년 10월 연 2.5%에서 연 3%로 0.5%포인트 인상했던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낮췄던 금리를 다시 빠르게 올리던 때다.
◇수출, 내수 쌍으로 끌어내린 저성장 쇼크
지난 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시장에서는 이미 2월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만 보면 내리는 것이 맞는다”고까지 언급했고,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인하에 동의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작년 1.9%에서 1.5%로 대폭 하향했다.
실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2.2% 감소했고, 울산(-6.6%), 경기(-5.7%), 강원(-5.3%) 등에서 특히 크게 줄었다. 모든 시도에서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은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가 192만1000명을 기록해, 코로나 팬데믹 당시였던 2021년 이후 3년 만에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던 수출도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53억달러로 전년보다 16% 늘었지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는 조업 일수를 감안할 때 2월 전체 수출액이 전달과 비교해 10.2% 줄어들 것으로 봤다.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작년 12월 말 1.7%에서, 지난달 말 1.6%로 내렸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경제는 정치적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내수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망치를 1%까지 내려 잡았다. BofA는 “미국 관세 인상, 미 연준의 통화정책, 중국 AI 이슈 등 한국 경제 관련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8%에서 1.5%로 조정했다. 씨티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4%로 전망하며 미국이 한국 자동차, 반도체 및 의약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0.2%포인트 더 내려갈 것으로 봤다.
◇환율, 물가는 어쩌나
한은이 금리를 내렸지만 높은 환율과 물가는 부담이다. 다만 금리 인하가 당장 환율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25일 환율은 1431원 수준으로 여전히 1400원대를 넘는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 횟수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 한미 금리 차가 1.75%로 확대되면, 자금 유출 등으로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달 환율은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당시(1460원대)보다는 진정된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110에서 106대로 내려왔다. 최근에는 한미 정책 금리 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은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니라 성장률 역전 현상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펀더멘털을 강화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2.2% 오른 등 물가도 작년 10월부터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기존 1.9%로 유지했다. 환율과 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린 반면, 수요 둔화가 물가를 끌어내려 기존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