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스턴펠스 맥킨지글로벌 회장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Three IFC 맥킨지 글로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한국 정부와 산업 리더들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세계 최대 전략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밥 스턴펠스(Sternfels·55) 글로벌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을 찾아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탄탄한 기반 위에 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문제를 맞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턴펠스 회장은 1994년부터 맥킨지에서 일했고, 2021년 7월 글로벌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도 여러 차례 다녀간 지한파다.

-바깥에서 본 한국 경제는 어떤가.

“작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약 1조8700억달러)은 세계 12위 수준이다. 가장 역동적인 경제 대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경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국은 수출이 중요한 나라인데, 지난 20년 동안 주력 수출 품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특히 상위 10개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한국의 주력 업종은 향후 4년간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적절한 가격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 밖에 한국은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고, 노동 생산성이 정체돼 있다. 이로 인해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2차전지나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인력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분석한 것을 보니 한국에는 2027년까지 AI 관련 고급 인력(석박사 이상)이 5000명 공급된다. 그런데 이를 10배인 5만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산업 전반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더는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쓰지 말고, 새로운 무대를 선제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높은 관세를 부과할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일시적인 협상 카드로 내민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도 한국에 조언하자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한다. 미국 외에도 인도나 동남아시아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양호하다. 실업률은 4% 수준이고, 작년 12월에는 일자리 25만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미국 경제의 원동력으로는 강력한 소비자와 유연한 노동시장,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성과 혁신 등을 꼽을 수 있다. 향후 생산성을 어느 정도 더 높이느냐에 따라 추가 성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몫이다.”

-미국 경제가 좋은 반면, 어려움에 처한 나라도 많다.

“‘자립선(empowerment line)’이라는 용어가 있다. 개인이 생필품과 기본 서비스 등을 확보하면서 저축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경계다. 전 세계 인구 60%가 이 아래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해야 한다. 맥킨지가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에 AI가 기여한 600여 사례를 살펴봤더니, 노동자들은 AI를 활용하는 교육을 받고 나서 고숙련 노동자가 돼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소득 격차도 줄어들었다. AI는 특정 기술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