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2% 후반대의 탄탄한 성장세를 과시해 온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경착륙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위협 등 일련의 정책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워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물가까지 들썩여,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곳곳 경기 침체 경고음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지난달 28일 실시간 성장률 전망 모델 ‘GDP나우(now)’를 통해 올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연율 기준)에서 -1.5%로 대폭 내렸다. 1분기에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과 개인소비지출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애틀랜타 연은은 설명했다.

GDP나우는 공개되는 경제지표를 경제 모형에 실시간으로 반영해 추산하는 전망치로, 정부 공식 전망치는 아니다. 하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X(옛 트위터)에 “정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소식”이라며 “GDP나우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크다지만, 이 정도로 큰 폭의 수정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했다.

통상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낼 경우 경기 침체 상황으로 판단한다. 1분기 전망치로 미국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28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가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경제 중추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통계는 경기 후퇴 우려를 키운다.

플로리다 수은주를 영하로 떨어뜨린 1월의 기록적인 한파와 로스앤젤레스 산불이 소비를 일시적으로 주춤하게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 2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개월 연속 내려 98.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기준치(100)보다 높을수록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2월엔 전월보다 7포인트 내려,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 이후 발표된 2024년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2.8이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급락했다.

그래픽=이진영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작년 9월(2.4%)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정책 변화 속도가 그 자체만으로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지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특히 오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등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AP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 높아져

채권 시장도 미국 성장 둔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10년물 금리는 지난 1주일 사이에 각각 0.25%포인트가량 하락하며,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만기가 긴 10년물 가격이 만기가 짧은 3개월물 국채 가격보다 높은 현상도 최근 나타난다. 국채 시장에서는 장기채 가격이 단기채보다 비싸지는 이 같은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본다. 가까운 미래에 경기가 가라앉을 것이란 우려가 커져 장기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2일 연준의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현 상태로 묶을 것으로 보는 확률은 하루 전 37%에서 18%로 크게 낮아졌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