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 EPA·AFP·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부터 중국에 대한 관세를 지난 10%에 이어 10%포인트 추가로 부과하고, 동맹국인 캐나다·멕시코에 대해서도 추가 유예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3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동안 공언해왔던 관세 적용을 추가 유예나 막판 협상 없이 바로 현실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상대국들은 바로 맞대응에 들어갔다. 캐나다는 미국 상품 156조원어치에 대해 25% 보복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고, 중국은 일부 미국 수입품에 대해 15%포인트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눈앞에 떨어진 ‘관세 폭탄’에 국내 기업들도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를 비롯해 멕시코에 생산 시설을 둔 국내 200여 기업은 당장 멕시코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추가 조치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래픽=김성규

◇불붙은 글로벌 관세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에 10%포인트 관세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는 총 20%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도 4일 0시(한국 시각 4일 오후 2시)부터 발효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당초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물품에 대해 서로 관세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세 나라의 ‘무역 동맹’은 완전히 깨지게 됐다.

중국과 캐나다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를 최고 15%까지 부과하겠다고 했다. 방산 업체 레이도스 등 미국 15개 업체에 대한 물자 수출도 막는다. 캐나다는 4일부터 총 1550억캐나다달러(156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21일 안으로 1250억캐나다달러(125조원)어치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도 적용한다. 멕시코도 응전을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플랜 A, B, C, D가 있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얼어붙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나스닥 지수가 2.64%(497.09p) 폭락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내려앉았다. 4일 코스피도 전장 대비 0.15%(3.96p)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1.19%, 0.7% 떨어졌다.

◇삼성·LG·기아 등 200개 기업은 ‘초비상’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200여 국내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25% 관세 적용이 바로 현실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플랜B’를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대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등에서 생활 가전 생산량을 확대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LG전자도 중남미 물량 수주만 소화하는 수준으로 멕시코 가전 공장 생산량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작년 말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아는 작년 대표 차종인 준중형 세단 ‘K4′ 등 약 12만대를 멕시코에서 생산했으나, 앞으로는 판매처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관세 조치 논의와 조선 협업 강화 등을 위한 실무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이날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조선업, 에너지,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관세, 비관세 등 5개 분야로 한미 협의체를 나눠 꾸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