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전달보다 줄어든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의 세 축이 되는 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특히 엿새간 설 연휴(1월 25~30일)로 조업 일수가 줄면서 생산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그래픽=김성규

통계청은 4일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1월 전(全)산업 생산이 전달보다 2.7%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제조업이 전달보다 2.4% 줄어드는 등 광공업 생산이 2.3% 감소했다.

1월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14.2%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월(-13.4%) 이후 2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운송 장비(-17.5%)에서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건설 경기도 좋지 않았다.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4.3% 감소했다. 생산, 투자 감소에는 지난 1월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길어진 설 연휴로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새로 설비를 들여오는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소비 진작 등을 이유로 설 연휴에 대체 공휴일을 지정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1월 소매 판매도 전달보다 0.6% 감소한 것이다. 소매 판매는 작년 10월, 11월 각각 0.7%씩 감소했다가 12월(0.2%) 소폭 늘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옷, 신발, 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가 2.6% 줄었고, 화장품,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 판매도 2.6% 감소했다.

소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생산지표인 1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달보다 0.8% 줄었다. 숙박·음식점업은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보다 1.4% 늘었지만, 지난해 1월에 비하면 3.3% 줄었다.

길었던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이 지난해 대비 크게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 공휴일 지정을 통한 국내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은 1월 24일~2월 2일 열흘간 국내 6곳 국제공항에서 총 134만295명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집계했다. 하루 평균 출발 승객은 13만4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11만7000명)보다 14.5% 증가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고물가 상황 속 소비 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서 휴일을 하루 추가한 것이 내수 경기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해외여행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 만큼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