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6624달러다.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364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이 평균 약 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의 실제 소득은 이보다 낮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체 5만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월평균 명목임금은 407만9000원이고,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월평균 357만3000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각각 4900만원, 4280만원 수준이다. 일하지 않는 전업주부와 청소년, 고령자 등을 빼고 경제활동을 하는 근로자만 따져도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통계와 체감 간의 차이는 GNI가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번 돈까지 소득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과 비교하려면 GNI에서 정부와 기업소득을 뺀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봐야 한다.
PGDI는 소비와 저축을 위해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임금과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 등에서 세금이나 각종 사회보험료를 뺀 소득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1인당 PGDI는 1975년 482달러였는데, 지난 2023년에는 1만9498달러(약 2840만원)로 상승했다.
문제는 GNI에서 PGDI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기업과 정부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GNI 대비 PGDI 비율은 한은이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에는 77.5%였는데, 지난 2023년 53.9%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갈수록 국민소득이 개인보다 기업이나 정부에 돌아가다 보니, 개인은 소득이 늘었다고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인구 구조나 물가도 GNI와 체감 소득 간 차이에 영향을 끼친다. 소득이 비슷하더라도 인구가 줄면 1인당 GNI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12만명 줄어드는 등 5년간 45만명 이상 감소했다. 또 소득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을 경우 개인의 실질 소득은 명목 소득보다 줄어든다. 지난해 GNI 증가율은 1.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2.3%)보다 1.1%포인트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