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 자산가들 가운데 절세를 위해 이혼 상담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실제 부부 사이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나중에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이죠.”(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일부 자산가들은 배우자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한다. 이혼 때 재산 분할을 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자녀가 있는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할 경우 최소 10억원(배우자 공제 5억원+일괄공제 5억원)까지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상속 재산이 이를 초과하면 과세 표준에 따라 10%에서 최대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혼을 통해 재산 분할을 할 경우에는 증여세 등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김길용 광교세무법인 부대표는 “재산 분할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눠 가지는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한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를 냈는데 분할 재산에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재산 분할에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배경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자산을 가진 A씨가 자녀가 있는 배우자 B씨에게 그대로 상속할 경우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35억원까지만 공제가 되고, 차액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A씨가 B씨와 이혼을 해 50억원씩 재산을 분할할 경우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 A씨가 사망해 상속세가 발생하더라도 과세 대상 재산이 50억원으로 작아진 만큼 상속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산가에게 위장 이혼이 ‘절세 기법’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이혼으로 자산을 분할하고, 분할하고 남은 자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장 이혼을 상담하는 자산가 중 실제 이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혼 전문 변호사 C씨는 “절세 목적으로 위장 이혼을 상담하는 분들이 있지만, 가정을 깨기 힘든 한국 정서상 실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