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미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내 중앙 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트럼프 가족의 바로 뒷줄에 세계 빅테크 거물들이 도열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등 글로벌 갑부 1~3위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이 빅3의 자산이 트럼프 당선 이후 최고점 대비 2630억달러(약 380조원)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머스크가 1850억달러를 날린 것을 비롯, 베이조스와 저커버그 자산도 각각 400억달러, 380억달러 사라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한때 대선 직전에 비해 9.6% 치솟기도 했다.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등 트럼프의 정책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그재그 관세 정책 피로감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일 기준 나스닥 지수는 상승분을 다 반납하고 트럼프 당선 이전보다 5.3%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갑부 빅3의 자산도 주식시장과 함께 부침을 겪었다.
트럼프 2기의 황태자로 불리는 머스크의 등락이 가장 심하다. 미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90% 가까이 올랐다.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의 자산도 작년 12월 17일에 4860억달러(약 700조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 주가는 반 토막 났고, 머스크도 자산 상승분을 토해내야 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극우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에 유럽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고, 올 들어 독일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70% 이상 감소했으며, 중국 출하량도 지난달 반 토막 났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자신이 소유한 신문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였던 2위 부자 베이조스는 이번 취임식에선 100만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와 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연방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해 트럼프와 척을 졌던 저커버그 또한 취임식 참석엔 성공했지만, 파랗게 질린 증시를 피해 가지 못했다.
빅3의 뒷열에 앉은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와 팀 쿡 애플 CEO도 주가 관리에 실패했다. 글로벌 갑부 순위 9위인 브린의 자산은 트럼프 당선 후 정점에서 290억달러(약 42조원) 사라졌다. 애플 주가 또한 작년 말 고점에서 12% 빠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