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월가 대형 은행들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여 잡기 시작했다. 올해 성장률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지는 중이다.
10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미 월가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경기 침체로 본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기 침체 확률은 15%에서 20%로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앞선 지난 7일 올해 미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1.5%로 내렸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학장은 이날 블룸버그에 “정책 불확실성이 세계 최대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경기 침체는 레이더에 잠깐 스치듯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 시나리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게 됐다”고 썼다.
침체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던지고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몰려들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떨어졌다. 10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19%까지 떨어졌다. 국채 가격이 올 초 대비 10% 넘게 오른 셈이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 하락한 배럴당 66달러까지 내렸다.
월스트리트의 불안은 커지고 있지만, 백악관은 아직 태연한 모습이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바이든의 유산이며, 많은 부분은 무역 적자가 크게 증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전 정부 탓을 했다. 그는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4월 초에는 해결될 것”이라며 “거의 끝나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