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한 청년이 취업 준비 학원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청년층 고용률은 49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의 고용이 부진한 영향이다.

◇‘쉬었음’ 청년 50만명 넘어

12일 통계청은 ‘2월 고용 동향’에서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4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6만1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쉬었음’은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픽=양인성

반면 일하는 청년은 대폭 줄었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4.3%에 그치며 전년 같은 달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355만7000명으로 1년 새 23만5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크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증가가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쉬는 이유에 대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거나 구직을 희망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대략 8~9개월 정도면 평균적으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요즘은 1년 가까이 구직 기간이 늘었다”고 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 일 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쉬었음 상태로 남아 있는 비율이 컸다. 청년들은 ‘쉬었음’을 택한 사유로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중복 응답), 교육·자기 계발(35.0%), 번아웃(27.7%), 심리적·정신적 문제(25.0%)를 들었다.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77.2%에 달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이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인식은 줄어들고 ‘힘든 시간, 구직 의욕을 잃게 만든 시간’이라는 인식이 증가했다.

◇건설업 취업자 10개월 연속 감소세

불경기에 빠진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의 고용 부진이 청년층 취업난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0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6만7000명 줄었다. 1월 감소 폭(-16만9000명)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건설업 취업자 감소세는 지난해 5월(-1만4000명) 이후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감소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이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만 신동아건설(시공 능력 평가 58위),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6곳에 달한다. 작년까지는 지역 중소 건설사들 위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올해는 수도권 중견 건설사들까지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 취업자의 상당수가 일용직이라는 점에서, 건설업 취업자 수의 감소가 내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전년 같은 달 대비 7만4000명 줄며 지난해 7월(-1만1000명)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6만5000명 감소하며 지난해 3월(-1만4000명)부터 1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미숙 국장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은 청년층 고용이 활발한 업종들로, 여기서 고용이 줄어든 게 청년 고용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지난달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는 2817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3만6000명 늘었다. 월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5만2000명 줄었다가, 올해 들어서는 1월(13만5000명)과 2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전년 같은 달 대비 34만2000명 늘어나며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