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논의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배우자 공제 한도를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되, 최대 한도는 기존 30억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이 폐지라는 큰 원칙에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여야가 배우자 공제 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정치권에서 합의를 거쳐 배우자 공제 한도를 없애는 등 제도를 바꾸면 그대로 흡수하면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자에 대해서는 공제 한도를 없애자고 제안하자, 이튿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배우자 공제 한도를 없애는 데 동의하면서, 앞으로는 먼저 배우자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상속해주고 배우자마저 사망할 때 한꺼번에 자녀에게 상속하는 관행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하면 자녀당 공제가 적용되는 5억원까지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배우자에게 일단 몰아서 상속해주면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배우자가 상속받는 ‘전액’에 대해서 공제 한도를 없앤다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여야가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을 고려할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탓이다. 현재는 배우자와 자녀 2명이 35억원을 상속받을 때, 법정 상속분(배우자 1.5 : 자녀1)에 따라 배우자는 15억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법정 상속분만큼만 공제해주는 현행 구조를 유지한다면, 배우자 공제 한도 30억원을 없앤다 해도 실질적으로 배우자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건 그대로 15억원까지다.
여당은 법정 상속분 개념은 유지한 채 30억원의 한도를 없애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현재의 과세 기본 틀은 유지한 채, 배우자에 대한 공제 한도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법정 상속분은 그대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