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 서울대 경제학부의 전공 필수 과목인 ‘거시경제이론’ 강의 3개 중 2개는 강사인 이창선 박사가 맡는다. 경제학부 교수 중에서는 김영식 교수만 거시경제이론을 가르친다. 지난 2022년 1학기에는 거시경제이론 강의 4개를 김영식 교수와 이재원 교수, 윤택 교수, 박예나 교수가 하나씩 열었었다.
거시경제는 생산과 물가, 고용, 그리고 무역 등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로, 개인이나 회사가 어떠한 경제적인 결정을 내리는지를 연구하는 미시경제와 더불어 경제학을 이루는 뼈대가 된다. 거시경제를 공부해야 경기 국면을 판단하고, 경제 정책을 짤 수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면 경제학원론에 이어 다음에 듣는 수업이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일 정도로 중요한 과목이다.
통상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교수는 7~8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2년부터 3명이 줄지어 공직에 임명돼 휴직하는 바람에 강의를 맡을 교수가 확 줄었다. 김소영 교수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5월 휴직을 하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이어 장용성 교수가 2023년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됐고, 이재원 교수는 같은 해 9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시경제를 가르치던 김세직 교수도 지난해 2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 거시경제 교수 중 안식년을 맞은 교수가 없었던 덕분에 강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는 안식년에 들어가거나 정년 퇴임하는 교수도 있어, 거시경제 교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의 거시경제 분야는 김영식 교수, 박웅용 교수, 박예나 교수, 윤택 교수, 장민수 교수 등 5명이 강사들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학부 강의뿐만 아니라 대학원 석박사 과정의 거시경제학연구 강의, 세미나, 논문 지도 등도 하고 있다. 화폐금융론, 국제금융론, 재정학 등 거시경제 관련 과목도 가르쳐야 한다.
오는 5월에 김소영 교수가 부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복귀한다고 해도, 인력난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박웅용 교수가 연구년(안식년)을 맞이하고, 윤택 교수가 올해로 정년퇴임하기 때문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부 수준에서 기초적인 거시경제 강의는 노동경제학이나 금융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나 강사들도 맡을 수 있지만, 거시경제를 깊이 연구하거나 전문적인 석박사 과정 수업을 이끌 교수 자원이 부족한 현실은 분명하다”고 했다.
서울대는 기존 교수가 휴직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교수를 뽑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공직을 맡으면서 잠시 교편을 놓으면, 강사나 초빙교수 등을 임시방편으로 세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제학부 내에서는 “외부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학생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의 본분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으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