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그간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거의 만장일치 예측해 왔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더 쏠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관세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올해 물가 목표치 달성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전포고한 관세전쟁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이전까지 있던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잡혀 있다”는 문구는 지웠다.

◇연준, 미국 성장률 전망 낮춰

연준의 경제 지표 전망도 3개월 전보다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작년 12월 2.1%로 예상했던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1.7%로 0.4%포인트 내려잡았다.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2%대 중후반대의 견고한 성장률을 유지해 온 미국 경제가 1%대 성장으로 미끄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업률은 4.3%에서 4.4%로, 물가상승률은 2.5%에서 2.7%로 올렸다. 뱅크오브아프리카는 이를 두고 “연준의 스태그플레이션(불황인데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에 대한 경계감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연준이 올해 경기 침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파월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 우리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4.1%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2%에 가깝게 둔화하는 상황에 있다”며 “우리가 (1970년대의)그런 상황과 비교할 만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했다.

◇“연내 금리 2번 인하 전망 유지”

이날 FOMC는 연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 같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최근 바클레이스 등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관세 이슈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을 반영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1회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기존 전망을 고수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내 기준금리 두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게 기본 가정”이라고 했다. 그는 “저절로 사라질 인플레이션이라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정책이 효과를 낼 때쯤 경제활동과 고용을 둔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세와 물가의 관계를 보다 확실히 한 후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연내 기준금리 2회 인하 전망이 유지되며 시장은 안도했다. 이날 다우(0.9%), 나스닥(1.4%), S&P500(1.1%)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하루 사이 5% 상승하며 8만700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미 달러화는 상승폭을 축소했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103.4로, 작년 미 대선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뜯어보면 3개월 전에 비해 FOMC 위원들의 입장 변화가 있다. 작년 12월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15명이었는데, 이번엔 11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