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서 구직자가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급여액을 늘리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실업급여를 받기 쉬운 구조여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파이터치연구원은 18일 발표한 ‘실업급여가 비정규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과 유럽 20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업급여 수준이 1%포인트 오를 때 비정규직 비율은 0.1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를 실업급여가 인상된 2019년 이후로 적용하면, 비정규직이 24만1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2019년 10월부터 지급 기간을 기존 90~140일에서 120~270일로 늘리고, 급여액도 실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했다.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8년 6조7000억원에서 2023년 11조8000억원으로 폭등했다.

또 높은 실업급여 수준으로 인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받는 금액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월급을 초과하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월 209시간 일한 근로자가 받는 실수령 월급은 184만3463원인데,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월 최소액은 189만3120원이었다. 연구원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실업급여가 증가하면 구직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워지고, 이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발생하기 쉽다”며 “자발적 퇴직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지만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은 실업급여 수급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업급여 인상은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의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변경되기 이전 수준으로 조정하고 수급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