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듣고 빠져버렸던 아티스트 OOO, 청량에 이 음색인데 어떻게 버텨...ㅠㅠ” “겨울에 이불 덮고 가만히 누워 OOO 목소리 듣는 게 극락이지.”
최근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 흔하게 보였던 노래 추천 콘텐츠들이다. 대다수 사람은 이 채널의 콘텐츠가 개인이 순수한 팬심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광고 표시 등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이 중 다수가 음원·음반 유통 대기업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소유 채널에서 생산된 ‘광고 콘텐츠’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처럼 자신들이 기획하거나 유통하는 가수의 신곡 등을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홍보하면서도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6년 중순부터 2024년 2월쯤까지 이 같은 기만적인 광고 행위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3년 4월 기준 음원 유통 시장 점유율이 43%에 달하는 국내 음원·음반 유통 시장 1위 사업자다. 자신들이 유통하는 음원이나 음반의 판매 및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유통 수수료 매출이 확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이 같은 수익 구조에 따른 수익 확대를 위해 부당한 방식으로 광고를 해온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는 ‘아이돌연구소’ ‘노래는듣고다니냐’ 등의 명칭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신규 채널을 개설하거나 인수한 뒤 자사가 유통하는 음원과 음반 등을 홍보했지만, 이 채널들이 카카오엔터 소유 및 운영 채널임을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가 광고인지 알지 못하게 한 것이다.
또한 카카오엔터는 ‘뽐뿌’나 ‘더쿠’ 등 1020세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음원 광고 글을 작성하면서, 소속 직원이 작성한 게시물임을 밝히지 않았다. 광고 대행사와 억6000만원의 광고 대행 계약을 체결한 뒤 소셜미디어 광고를 하면서도 콘텐츠에 경제적 대가 제공 사실을 밝히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표시광고법 제3조 1항 2호(기만적인 광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카카오엔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카카오엔터의 광고 은폐·누락으로 인해 게시물을 접하는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카카오엔터에 의해 기획된 광고물이라고 인식하기 어렵고, 일반인에 의한 진솔한 추천·소개글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년여간 자신들이 보유한 아티스트 혹은 유통시킬 음원 2000여 곡에 대해 이 같은 기만 광고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아이돌이나 중견 솔로가수들의 신곡, 과거 유명했던 노래를 다시 유행시키기 위한 콘텐츠들도 다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2021년에 올라온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와 FT아일랜드, 골든차일드 멤버들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조치는 대중음악 분야에서 기만 광고 행위를 공정위가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중음악과 같이 타인의 선호·추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 시 사업자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