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기기로 원격 진료를 받는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가 지난 1년간 약 2.4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의정(醫政) 갈등으로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1년째를 맞아 경증·만성질환 환자들 중심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25일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굿닥, 솔닥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회사 4곳의 이용 현황을 집계한 결과,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가 지난해 3월 8만177건에서 올해 1월 18만9946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비대면 진료 요청 누적 건수는 약 140만 건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방문한 이용자도 약 680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의사 수는 월 1196명에서 1536명으로, 처방약을 조제한 약국은 월 8556곳에서 1만2524곳으로 늘어났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산협에 따르면 전체 비대면 진료의 40.6%는 휴일이나 야간 시간대였다. 올해 1~2월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 중 감기, 몸살, 부인과, 소아과 등 경증 질환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가 실험 단계를 넘어 의료 체계의 실질적인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비대면 진료는 앞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허용됐다가, 코로나 이후 시범 사업 형태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작년 2월부터는 의정 갈등 여파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된 상태다. 이후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경증·만성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기존 의료 체계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이제 약 배송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비대면 진료를 받아도, 약을 받으려면 직접 약국으로 가야 한다. 이처럼 금지된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약 배송을 포함해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는 법제화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