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중에서도 특정 종목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하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26일 한국은행 공식 블로그에는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이재민 과장, 장예진 조사역이 작성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서 “(서학 개미들이) 미국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에 따르면, 서학 개미의 주식 투자에서 미국 비율은 2019년 말 58.2%에서 지난 18일 90.4%까지 상승했다. 1만원의 해외 주식 중 9000원은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위 50개 투자 종목에는 수익률이 나스닥지수 등락률의 3배인 TQQQ 같은 레버리지 ETF나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등이 7종목 포함됐다. 수익률이 테슬라 주가 등락률의 2배인 TSLL의 경우 국내 개인 투자자의 지분율이 40%를 넘었다.
문제는 이런 투자 방식이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주식시장이 호조일 때는 더 큰 수익을 얻지만, 부진할 때는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실제 2022년 S&P500 지수가 19.4% 하락했을 때 개인 투자자는 35.4% 손실을 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개인들은 최근 한 달간 미국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오히려 해외 주식을 45억달러어치 더 샀는데, 이 중 40억달러가량이 미국 주식이었다. 한은이 계산한 결과, 주식 투자로 40%가량 손실을 본 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해 원금을 회복하는 데 최소 8.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 주식 투자를 급격히 늘렸다. 서학 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2019년 말 152억달러에서 작년 말 1161억달러로 5년간 8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나 금융기관들의 투자 잔액이 2배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