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내리면서 2022년 10월(연 2.5%) 이후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올해 이사를 앞둔 강모(45)씨는 매일 은행 대출 금리를 알아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김씨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줄줄이 내릴 줄 알았지만, 3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소폭 내려오던 은행 대출 금리가 최근 들어 멈췄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 집값 급등을 야기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한 달 만에 번복되면서 은행들이 다시 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 대출을 받은 사람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은행 대출 금리는 연 4%대에 머물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예금 금리는 내려가고 있어 금융 소비자로서는 높은 대출 금리 부담에 줄어드는 예금 이자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40대 평균 대출액 1억1073만원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가계 대출자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그래픽=양인성

1인당 가계 대출은 2023년 2분기 말(9332만원) 이후 6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1년 전인 2023년 4분기 말(9367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40대의 1인당 평균 은행 대출 잔액은 1억1073만원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30대 이하(7436만원)도 역대 최고로, 3040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집을 사기 위한 목적 등으로 가계의 대출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 대출 잔액은 738조 5511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992억원 늘었다. 지난 2월 12일 서울시가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꿈틀대자 대출 수요가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얘기다.

◇은행 예대금리차는 7개월째 커져

은행 대출 금리에서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계속 커지고 있어 대출이 많은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예금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9%포인트로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매달 폭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도 마찬가지다. 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월 5대 은행의 정책 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은 1.38%포인트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도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벌어지는 중이다.

최근 예대금리차가 계속 커지는 이유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서도 대출 금리는 천천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인성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연달아 내리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SC제일은행이 예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하나·우리은행이 0.3%포인트, 우리은행이 0.25%포인트까지 내렸다. 2일 기준 5대 은행의 예금 금리는 연 2.1~3.05% 수준이다.

반면 최근 금융 당국이 꿈틀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은행들이 다시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고 대출 금리 하락세는 일시적으로 멈춰 섰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사실상 그대로 둔 채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5대 은행들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2월에 이어 지난달도 연 4%대로 유지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를 내리면 쏠림 현상이 우려돼 추가 인하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들의 이자 수익으로 직결된다. 금리 인하기에 적은 이자로 예금 고객에게서 돈을 끌어와, 대출 고객에게는 여전히 높은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22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자 수익은 59조3000억원으로 60조원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