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18년 만에 한 단계 낮췄다. 중국 정부의 재정 악화와 국가 채무 증가 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중국 재정부는 이에 대해 “편향적 조치”라며 반발했다.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전날인 3일 중국의 외화 표시 장기채권 신용 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낮추고, 신용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2005년 중국 등급을 ‘A-’에서 ‘A’로 올렸고, 2007년에 ‘A+’로 다시 상향 조정했다. 이후 같은 등급을 유지했는데 이번에 신용 등급을 내린 것이다. 피치는 지난해 8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고, 8개월 만에 실제 등급을 낮췄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이번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을 급격히 늘릴 것이란 예상을 반영한 조치”라고 했다.

또 피치는 중국 공공 부문의 우발 채무가 확정 채무로 전환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향후 2∼3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중국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60.9%에서 올해 68.3%로, 내년 74.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재정부는 피치의 등급 하향 직후 성명문을 내고 “중국이 같은 등급의 다른 나라보다 더 안정적 경제 성장 전망과 글로벌 무역의 핵심적 위치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등급 평가 방식을 고수해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편향적”이라며 “중국의 실제 상황과 국제 시장이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충분하고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중국 재정부는 “중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5%는 세계 주요 경제 대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고도 했다.

앞서 IMF는 지난 1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기 부양책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4.6%로,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