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무역 전쟁에 취약한 경제 구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 마감(오후 3시 30분 기준)했다. 이날 상승 폭은 코로나 충격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70원을 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8.52원을 나타내며 1000원을 넘어섰다. 2023년 4월 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달러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로부터 예상보다 높은 24% 상호 관세율을 부과받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와의 협상을 앞두고 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엔화 강세 폭을 확대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의 상호 관세율을 공개한 지난 3일 새벽부터 7일 오후까지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는 1.3% 하락했다. 그만큼 달러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2.6%, 스위스 프랑은 3.6%, 유로화는 1.7% 강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를 피해 다른 통화로 대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전쟁 선포 이후 원화 가치는 0.1%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자산 취급을 받는 한국의 원화는 관세 전쟁으로 변동성에 더 노출됐다는 평가다. 7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각 대금을 대거 달러로 바꾼 것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향후 관세 전쟁이 통화 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원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공격적으로 절하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스스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트럼프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은행 웰스파고는 “위안화 가치가 2개월 내 최대 15%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한국의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는 또다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