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로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기 판단을 바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맥락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번에 ‘위험’을 ‘압력’으로 바꿔서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7일 KDI는 ‘4월 경제동향’에서 “대외 여건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며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KDI는 매달 경제동향을 발표하는데, 올해 1~3월에는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와 건설업이 부진해 경기가 점차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KDI는 생산마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월 건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21.7%나 감소한 가운데, 광공업(1%)과 서비스업(0.1%) 생산 증가세는 미비한 탓에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줄어드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가 미리 반영돼, 생산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전까지는 앞으로의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컸다면, 이제 현실적인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KDI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분기(1~3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전년 대비 6.1% 늘어나며 지난해 4분기(27.5%)보다 증가 폭이 대폭 줄었다. 또 ICT 수출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5.6%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0.8% 줄었다. KDI는 “이달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