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박성원 기자

미국이 중국에 104%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대미 관세를 84%로 상향하는 동시에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19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환율을 올려 관세 충격을 무력화해 중국 수출 기업을 엄호하는 전략이다. 관세 전쟁과 통화 전쟁 동시 개전 조짐에 수출 중심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또한 위안화와 동반 상승,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9일 오전 9시 서울 외환 시장이 시작한 직후, 원화 환율이 치솟아 1487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였던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원화 가치 하락)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트럼프 상호 관세가 정식 발효되기 시작하자 주식시장에서는 1년 5개월 만에 코스피 2300 선이 붕괴했다.

이날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1.7% 하락한 2293.70에 장을 마쳤다.

미·중 갈등으로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지난 8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7.2038원으로 고시해 하루 만에 위안화 가치를 0.08% 깎아내렸다. 이후 미국이 대중 104% 상호 관세를 강행하겠다고 못 박자 역외 위안화 환율이 더 급등(위안화 가치 하락)해 7.423위안까지 상승했다. 역외 위안화 가치가 2010년 역외 거래가 시작된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즉각 비난했지만, 인민은행은 다음 날인 9일 위안화 가치를 다시 0.04% 절하 고시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역외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자 원화 가치도 떨어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여기던 7.2위안 선을 중국 당국이 깬 것에 주목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 수단을 가동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 위안화가 대폭 절하되면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해야 하는 압박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원화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