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외한 57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현지시각으로 9일 낮 1시18분에 나왔다. 이보다 3시간40분 앞선 아침 9시 37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줄짜리 글 하나를 올렸다.

“지금은 정말 매수하기 좋은 시기!!!(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

/트루스소셜

DJT는 자신의 이름 약자이기도 하지만,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자신의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의 종목코드(티커)이기도 하다.

압투스캐피털어드바이스의 데이비드 와그너는 블룸버그에 “트럼프의 이 게시물을 처음 봤을 때 처음엔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세 수위를 높여가며 한창 끝장 대치를 하는 통에 주식시장이 무너지는 와중에 “월스트리트(주식시장)엔 관심 없다. 오직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해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관세유예 발표 전 “트럼프 주식 사라” 말한 트럼프

그런데 그의 이 같은 ‘예언’이 몇 시간 뒤 현실이 됐다. 주가는 로켓처럼 치솟아 S&P500지수가 9.52%, 나스닥지수가 12.16% 폭등 마감했다. 트럼프가 콕 찍어 말한 트럼프미디어 주가도 이날 21.67% 급등한 채 마감했다.

그간 시달린 시장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그의 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담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갑자기 중단했을 때 내부 거래나 시장 조작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그는 이날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 알아내려고 한다”며 “(트럼프) 패밀리 코인을 비롯한 모든 것은 내부자 거래나 자기 돈벌이에 불과하다. 곧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담 쉬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그는 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발표했을 때 내부 거래나 시장 조작에 관여했는지 조사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AFP연합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제 이발사가 도널드 트럼프가 공매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이러는지 묻는 것은 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을 상당히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美 민주당 의원들, “내부자 거래 조사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발표하던 시각, 미 하원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에 관한 청문회에서 증언 중이었다. 청문회 도중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방침이 발표되자, 스티븐 호스포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그리어에게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협상 책임자인 그리어 대표마저 현장에서 소식을 들었던 정황이 드러나자 호스포드 의원은 “이러한 정책의 끊임없는 변동은 내부자 거래 위험을 높인다”면서 “행정부에서 트럼프의 최근 관세 정책 변화를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였나? 주식을 사고팔아서 국민의 손해를 감수하고 이익을 본 사람이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처음이 아니다

사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에도 마치 주식시장을 갖고 노는 듯한 행동을 한 적 있다. 2018년 말 당시 S&P500 지수가 20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자,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있고, 그들은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저는 지금이 매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매수 기회다”라고 말했다.

<YONHAP PHOTO-3356> U.S. President Donald Trump looks on, as he signs executive orders and proclamations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April 9, 2025. REUTERS/Nathan Howard/2025-04-10 07:34:04/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후 그는 연준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무역전쟁 완화 발언을 내놓는 등 여러 립서비스를 했고, 실제로 이듬해인 2019년 S&P500 지수는 29%나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제 시장 하락시 ‘트럼프가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데에 ‘학습’이 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시장이 급락하면 반드시 ‘트럼프 풋’이 나온다는 것. 미래 어떤 시점에 상품을 팔 권리(풋옵션)를 매수한 투자자는 자산 가격 하락 위험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와그너는 “트럼프는 늘 ‘그런 짓’을 해왔고, 우리는 이걸 잊어선 안 된다”면서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시장 참여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