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메모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연 3.5%까지 올린 기준금리를 지난해 10·11월, 올해 2월 각각 0.25%포인트씩 세 번에 걸쳐 인하한 바 있다. 이번에는 동결은 선택하며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환율 변동성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JP모건과 캐피털 이코노믹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0%대로 제시하면서 이미 우리 경제에 침체 그림자가 짙어졌지만, 금리를 추가로 내려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환율’을 택한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전날보다 10.7원 내린 1416원에 개장했다. 환율은 불과 일주일여 전인 지난 9일 상호 관세가 발효되자 1484.1원까지 뛰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이후 상호 관세가 유예 되면서 최근 환율이 141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그 변동폭이 매우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는 변동성 확대를 더 경계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영향으로 시차를 두고 가계 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결 결정에 영향준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나 집행 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 등을 더 지켜보기 위해서라도 한은이 연속 인하를 선택하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동결 전망이 88%로 높았다.

시장의 관심은 오전 11시부터 진행되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쏠려 있다. 이 총재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신호를 줄지도 주목된다. 이 총재는 전날인 16일 국회에 출석해 “현재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5월 29일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