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지난해 역대급 수익을 올리자, 이에 맞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금융권 노조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로 진출한 금융권 노조 출신 정치인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노조의 협상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홍배·김현정 의원이 금융권 노조 출신으로 배지를 달았다. 박 의원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김 의원은 BC카드 노조위원장을 지낸 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금융권 노사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 을지로 본점 주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노조 주최 집회에는 박 의원을 포함해 야권 국회의원 6명이 참가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전직 직원이 현직 기업은행 직원들과 공모해 800억원이 넘는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또 4대 은행보다 약 3000만원 정도 낮은 연봉을 올리고, 영업점에서 동료와 실적으로 놓고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가산점 제도 폐지 등도 요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난 3월 기업은행장에게 임단협 문제를 3월 말까지 반드시 해결하라고 했지만 못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에는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금융노조 주최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시위 제지 과정에서 다쳐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카드사 노조가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에 반발하며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자,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과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 간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간담회 이후 카드사 노조는 71일간 이어온 금융위 앞 피켓 시위를 종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노조는 대선을 앞두고, 매주 하루는 반일 동안만 일하는 주 4.5일제를 올해 핵심 과제로 선정해 사측에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금융권 노조 출신 국회의원들의 힘을 업고 투쟁의 강도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