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화요일인 오는 22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와 산불 진화 체계 개선, 통상 리스크 대응과 AI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필수 추경’으로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방안과 소비 진작책도 이번 추경에 포함된다. 정부 목표대로 추경안이 내달 초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코로나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2022년 5월의 62조원 규모 추경 이후 3년 만에 추경이 편성된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산불 피해와 통상 리스크 등 대응을 위해 지난달 31일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가 규모를 2조2000억원 늘렸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산불 피해 복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최소 15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논의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할 경우 수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김 차관은 “저희가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추경 목적과 부합하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활주로·싱크홀 사고 방지까지 포함한 산불 대응 등 재난·재해 대응 예산이 3조2000억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 사업이 4조4000억원, 소상공인 지원과 소비 진작책 등 민생 지원 예산이 4조3000억원이다. 이외에도 추경 편성에 따른 추가 국채 발행 이자와 10월말·11월초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경주 정상회의 비용, 21대 대통령 취임식 비용 등을 합쳐 12조2000억원의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APEC 경주 정상회의 예산은 작년 8월 정부가 마련한 본예산안에 있었지만 같은 해 말 민주당의 예산안 감액 처리 과정에서 빠졌었다.
12조2000억원의 추경 재원 가운데 8조1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나머지 4조1000억원은 기금 여윳돈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 편성으로 올해말 국가채무는 1279조원으로 당초 전망치(1273조원) 대비 6조원 늘어난다고 정부는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1%에서 48.4%로, GDP 대비 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기준) 적자 비율은 2.8%에서 3.2%로 각각 악화된다. 올해말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을 경우 2020년부터 6년 연속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는다. 3% 이내의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0% 이내의 국가채무비율과 함께 정부의 재정 건전성 목표다.
이번 ‘필수 추경’ 편성의 계기가 된 대규모 산불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산불 진화용 공중 헬기 6대를 2027년까지 도입하기로 하는 예산을 이번 추경에 담았다. 산불 피해를 입은 영남권에 1000채의 신축 매입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피해 주민들이 주택 복구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때 저리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영남권 지자체들의 지방채 2000억원을 인수하는 예산도 추경안에 담겼다. 재해·재난 복구에 쓸 예비비도 1조4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작년 말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예비비를 정부안(4조8000억원)의 절반인 2조4000억원으로 깎았다. 정부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예비비가 3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 311만명에게 전기·수도·가스 등 공과금과 화재보험료를 최대 50만원 지원하고 1년 전보다 카드 소비를 늘린 소비자들에게 최대 30만원을 온누리상품권 형태로 돌려주는 소상공인 지원·내수 진작 방안도 이번 추경에 담았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5%로 성장률이 1.6%로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으로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수출은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