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을 담합한 혐의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1조원 넘는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서로 못 해줘서 난리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무슨 담합을 하느냐”며 과징금이 나오면 법정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은행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 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작성해 지난 18일 4대 시중은행에 보냈다. 은행들이 LTV를 산정하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대출 경쟁을 제한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이유다.

은행들은 보통 한 해에 1~2번씩 지역, 부동산별로 500~7000개 정도의 주택, 상가 등에 대해 LTV를 적용해 보고, 사전에 대출 가능 금액 등을 산정한다. 이때 서로 산출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비교해 우리가 산출한 대출 비율이 크게 틀린 게 없는지 확인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를 담합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은행의 담보 비율을 고려해 낮춰 잡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액 규모가 줄어드는 등 피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23년부터 4대 은행의 LTV 관련 담합 여부를 조사했고, 지난해 11월 법원의 1심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에 넘겼다. 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리를 다시 판단하라”며 판사 격인 전원회의 위원들이 재심사 결정을 내리자 공정위가 재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공정위는 당초 검토했던 검찰 고발 의견은 철회했지만, 담합 규모를 더 넓게 잡으면서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관련 매출액을 높였다.

금융권에서는 매출액 규모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정되는 과징금이 1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결국 억울한 은행들은 소송을 내고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텐데, 공정위가 패소할 경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